계획정전으로 건전지 ‘태부족’ 소비시장 혼란은 여전

지진 발생 한 달이 넘었지만 일본 소비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피해를 당한 공장들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상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방사능 오염에 따른 섭취 제한 품목도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1년 3월 31일 오전9시30분. 예정보다 30분 이른 시각에 이온 이시마키점(미야기현)이 문을 열자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매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미야기현은 3월11일 발생한 대지진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 중 하나다. 바로 이날이 이곳에 위치한 이온 이시마키점이 3주만에 영업을 재개하는 날이었다.
지진 직후 이시마키점은 지역 주민들의 피난 장소로 이용됐었다. 2,500명 이상의 주민이 이곳에서 피난생활을 했으며, 이온 측은 물과 음료 등을 피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재개점일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1층 식품 및 일용잡화 코너만 문을 열었고, 영업시간도 오후 5시까지로 단축 운영됐지만 식품을 비롯한 많은 상품들이 금세 동이 났다.
이날 미야기현에는 방사능 오염 물질이 섞인 비가 내렸지만 고객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예순을 넘긴 한 여성 고객은 점포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 안으로 전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세탁기 등을 판매하는 생활가전 코너였다. 지진으로 인해 가전용품 전부를 쓸 수 없게 됐다는 이 여성은 세탁기 구입을 목표로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5kg용량의 세탁기를 확보한 후 안도의 숨을 쉬면서 지금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고객은 “도쿄에 사는 여동생이 보내준 돈으로 세탁기를 샀다.”며 “이제야 마음 놓고 빨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고객도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세탁기는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1시간만에 재고가 바닥났다.

수산물 시장 ‘썰렁’
동북지역 대지진 이후 도쿄에 위치한 유통업체들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생선이나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 유통에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인 도쿄 츠키지시장 경우 고객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다. 이 시장에서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손님이 뚝 끊겨 아무리 좋은 생선이라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츠키지시장의 총거래량은 지진 발생 전 일평균 거래량과 비교해 최대 12%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산물보다는 덜 하지만 채소나 과일 역시 방사능 오염에 직격탄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쇼핑객으로 북적이는 요코하마바시 상점가에서는 원산지 표시를 꼼꼼하게 살피는 소비자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부(68세)는 “원산지와 관련해 과거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낮에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새롭게 섭취를 제한한 품목이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상점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아이치현산 양배추를 발견하자 곧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기사전문보기